CBDC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관리하는 법정통화의 디지털 버전이다. 기존에도 카드·간편결제 등 디지털 수단이 보편화됐지만, 이는 민간 결제망을 경유하기 때문에 수수료·보안·정산속도 면에서 구조적 한계가 남는다.
CBDC는 블록체인(DLT)·통합원장 등 고도화된 인프라로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현금’을 구현해 이러한 한계를 줄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현금 관리·운송·위조 방지 등에 드는 비용만 은행 영업비용의 5~10% 수준으로 추정해 왔다. CBDC가 현금 의존도를 낮추면 이 비용 절감 효과가 고스란히 사회적 편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주요국 최신 추진 현황
글로벌 140여 개 중앙은행 중 70% 이상이 연구·파일럿 단계에 진입했고, 4개국은 이미 정식 발행을 완료했다(바하마·나이지리아 등). 2025년 4월 기준, 한국·EU·중국·미국·일본이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은 다음과 같다.
국가 | CBDC 유형 | 파일럿 규모·단계 | 최근 이슈 | 근거 |
---|---|---|---|---|
한국 | 소매+도매 혼합(‘예금토큰’) | 10만 명 참여 ‘Project Hangang’(2025.4~6) | 7개 시중은행이 예금토큰 발행, 1인 한도 100만 원 | CBDC Tracker |
EU | 소매(디지털 유로) | 2023~2025 ‘준비단계’ 진행 중 | 2025년 말 발행 여부 결정, 오프라인 결제·보안 rulebook 개정 | European Central Bank |
중국 | 소매(e-CNY) | 1억8천만 지갑, 누적 결제 7.3조 위안 | 해운·교역 등 B2B 확대, mBridge MVP 진척 | 레저 인사이트 |
미국 | 도매(프로젝트 Cedar) | Phase-II x Ubin+ 실험 완료 | 다통화 원장 간 30초 미만 원자적 결제 시연 | 뉴욕 연방준비은행 |
일본 | 소매(파일럿) | 64개 민간사 참여, 계정형 원장 구축 | KYC·오프라인 UX·프라이버시 규격 논의 | Medium |
경제·사회적 효과 분석
- 비용 절감: 현금 관리·카드 정산·국경 간 송금에 투입되는 수수료와 운영비가 대폭 감소한다. 카드 결제는 국제 브랜드·PG사·밴(VAN) 등 복수 중개 단계를 거치며 평균 1.5% 안팎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 원장에서 즉시·대금 동시결제로 처리돼 ‘원가+α’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한국 BOK 시범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0.05% 이하 목표가 제시됐다. Digital Pound Foundation
- 통화정책 효율화: 지급준비·예금토큰·CBDC 지갑 데이터가 실시간 집계돼 유통량 추적이 정교해진다. 중앙은행은 필요시 이자율을 부가(또는 차등)해 직접적인 스티어링도 가능하다.
- 투명성·조세정의: 모든 거래 흐름이 실시간 추적되므로 탈세·불법 자금 흐름 식별력이 높아진다. 중국 e-CNY는 지방 보조금·재난지원금 수령 시간을 기존 대비 60% 단축하며 부정 수령을 최소화했다. 레저 인사이트
- 금융포용: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 계좌 없이도 CBDC 지갑을 개설할 수 있어 신용카드·계좌 미보유층의 결제 접근성이 향상된다. EU는 취약계층·오프라인 환경을 위한 ‘보안요소 내장형(secure element)’ 오프라인 결제 옵션을 우선 설계 중이다. European Central Bank
리스크와 정책 과제
- 프라이버시 vs. 익명성: 거래 내역을 완전히 암호화하면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 어렵고, 지나친 데이터 집중은 감시금융 우려를 낳는다. 한국은 ‘은행 예금토큰+중앙은행 결제자산’ 2계층 구조로 개인거래 데이터를 은행에만 보관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CBDC Tracker
- 사이버 보안: DLT 노드‧지갑을 겨냥한 합성계좌(Sybil)·51% 공격 등 신규 위협 모델을 사전 검증해야 한다. Project Cedar는 HTLC(해시 시간잠금계약)로 원자 결제와 취소 불가성을 확보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 은행 유동성 전이: 대규모 예금이 CBDC로 이동하면 은행 대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 ECB는 보유 한도를 설정하고, BoJ는 단계적 이자 부과(티어드 금리) 모델을 검토 중이다. European Central BankMedium
- 표준화·상호운용성: G7 주도의 ‘Agora’ 프로젝트와 중국·UAE 등 ‘mBridge’ 간 기술·규제 표준이 양분되면 국제 결제망 단절 위험이 있다. BIS는 40개 상업은행이 참여한 Agora로 토큰화 예금+도매 CBDC 연동을 시험 중이다. Reuters
한국의 전략적 시사점과 향후 전망
2025년 하반기 2차 실거래 테스트(10~12월) 성과에 따라 BOK는 2026년 법‧제도 정비 로드맵을 마련할 전망이다. 동시에 EU·일본은 2025년 내 발행 여부를 결정하고, 미국은 도매-CBDC를 통해 주요 통화 간 실시간 결제 네트워크를 확장하려 한다.
한국은 ▲민관 합동으로 결제·송금 API 표준 선점 ▲글로벌 표준화 기구(W3C, ISO 20022) 내 영향력 확대 ▲mBridge·Agora 양대 네트워크와의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이 급선무다. 이를 통해 수수료 절감뿐 아니라 **국내 핀테크의 해외 시장 진출(‘B2B 결제 SaaS’)**에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CBDC가 카드·간편결제를 대체하게 되면 기존 결제사업자 수익모델이 흔들릴 수 있어 수수료 구조 개편과 데이터 협력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