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산 현황과 기술 트렌드

현시점(2025년 4월) 세계 134개국·통화권(전 세계 GDP의 98%)이 CBDC를 탐색하고 있고, 이 가운데 66개국은 개발·시범·출시 등 고도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44개의 공식 파일럿이 가동 중이며 바하마·나이지리아·자메이카 3개국은 이미 정식 발행을 완료했다.
유·무형 네트워크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블록체인 상호운용성(Inter-CBDC bridge), 오프라인 결제 모듈, 지갑 간 QR 호환성 같은 기술적 혁신이 확산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진화는 2020년 35개국에 불과했던 초기 탐색 단계에서 단 5년 만에 4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CBDC 등장이 은행 예금·대출 구조를 어떻게 흔드나
CBDC가 상업은행 예금을 대체할 경우 ‘예금 이탈→유동성 부족→대출 감소’ 시나리오가 우려됐지만, 2024년 IMF 균형분석 보고서는 **“CBDC 영향은 설계·보완수단에 따라 상쇄되며, 충분한 지준·대체대출 창구가 마련될 경우 대출 축소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예금 유인 강화를 위해 은행이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 수익성은 압박받지만, 동시에 거래·신용 데이터가 플랫폼에 표준화돼 경쟁이 확대되면서 신용배분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또한 CBDC 플랫폼이 실시간 결제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관계형 금융의 정보 비대칭이 완화되고, 중소기업·개인 사업자에 대한 대출 리스크가 감소하는 ‘데이터 배당 효과’도 확인됐다. IMF
금융안정성 리스크와 정책 대응
CBDC 대량 전환이 뱅크런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주요 중앙은행은 (1) 보유한도(디지털 유로·수백~수천 유로), (2) 차등금리(스웨덴 e-크로나), (3) 중앙은행 패스스루 대출(BoE 논의) 등을 조합하고 있다. IMF 분석에 따르면 네트워크 효과로 CBDC가 급속 확산될 때, 상업은행은 고비용 시장성 조달 비중을 높여야 해 자금조달구조가 변형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 시 중앙은행 탄력적 대출창구·담보 범위 확대가 병행되면 유동성 공백은 완화된다. 더 나아가 국내외 감독당국은 거시건전성 완충자본(Counter-cyclical Buffer)·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규율을 CBDC 도입 일정과 연동해 ‘선제적 충격흡수 버퍼’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요 파일럿 사례 비교: 한국·중국·EU
구분 | 단계(2025.4) | 핵심 목표 | 최근 마일스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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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roject Hangang) | 소매 파일럿(100 천 명) | 예금토큰 기반 QR 결제, 정부 바우처 프로그래머블 머니 검증 | 1인 100만 원 보유 상한, 7개 주요 은행·편의점·서점 참여 Digital Pound Foundation |
중국(e-CNY) | 대규모 파일럿 | 전국 17개 성·시, 교통·관광·헬스케어 결제 | 누적 거래 7조 위안(약 US$ 9,860억), YoY 4× 증가 Atlantic Council |
EU(디지털 유로) | 준비 단계 | 범유로 결제 통합, 오프라인 결제·프라이버시 강화 | 2024년 Rulebook v0.8 작성 2,500개 의견 반영, 24년 하반기 공급자 선정 European Central Bank |
브라질(드레알) | 파일럿 | 토큰화 자산·DeFi 상호운용 테스트 | 2024년 12월 국영채권 토큰화 실험 완료 |
각 사례는 **보유 한도·프라이버시 모델·중개 방식(직접형 vs 중개형)**이 상이해 동일한 리스크-수익 구조를 갖지 않는다. 한국의 예금토큰 방식은 은행 잔액을 CBDC로 전환하지만 은행 예금계정이 남아 있어 유동성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완만한 이행모델로 평가된다.
전망과 시사점
글로벌 CBDC 경쟁은 △지급 결제 네트워크 주도권, △데이터 거버넌스, △금융포용성 강화라는 세 축에서 통화주권 재편을 예고한다. 2025~2027년 사이 디지털 유로·브라질·인도의 정식 발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가 간 호환성·표준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도 Project Agora (BIS) 참여 경험을 발판으로 “토큰화 국채→기관 간 DLT 청산→대국민 소매 CBDC” 단계별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한편, 예금자보호·프라이버시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궁극적으로 CBDC는 ‘화폐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 과제일 뿐 아니라 은행의 전통 수익모델·거시금융안정 패러다임을 재설계하는 거버넌스 프로젝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