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도입 현황: 출시·파일럿·검토 단계 비교

세계 115개 국·지역이 CBD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3개국이 정식 발행(Launched), 44개국이 파일럿(Pilot), 나머지는 개발·연구 단계다. 바하마·나이지리아·자메이카가 소액 결제 인프라 개선과 금융포용 확대를 목표로 가장 먼저 실사용에 나섰다.
반면 선진국들은 법·제도 정비와 금융안정성 검증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어 주로 시범 사업에 집중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 4월 ‘디지털 유로 규칙집’ 초안을 공개하며 올 11월 발행 여부를 표결할 계획이다.
구분 | 국가 | 단계 | 주요 목표 | 도입(예정) 연도 |
---|---|---|---|---|
발행 | 바하마 (Sand Dollar) | 정식 운영 | 도서 지역 소액 결제 인프라 | 2020 |
발행 | 나이지리아 (e-Naira) | 정식 운영 | 현금 의존도 축소·금융포용 | 2021 |
발행 | 자메이카 (Jam-Dex) | 정식 운영 | 거래 비용 절감 | 2023 |
파일럿 | 중국 (e-CNY) | 대규모 파일럿 | 교통·관광 등 17개 분야 7조 e-CNY 결제 | 2020~ |
파일럿 | 유럽연합 (디지털 유로) | 기술·정책 병행 테스트 | 역내 통합 결제 규격 | 2025(표결) |
파일럿 | 한국 (한국형 CBDC) | RTGS 연동 파일럿 | 도매·소매 통합 플랫폼 검증 | 2025 |
파일럿 | 브라질 (Drex) | 전국 단위 파일럿 | 토큰화 자산 결제 | 2024 |
연구 | 미국 (Fed) | 컨셉 연구 | 안정적 달러 결제권 유지 | 미정 |
표 1. 2025년 4월 기준 주요 국가 CBDC 현황
CBDC 기술 성숙도: 하이퍼사이클과 실제 성과
CBDC 기술은 2022년 Gartner 하이퍼사이클에서 ‘거품 붕괴 단계’로 진입했지만, 최근 데이터는 국가별 편차를 보여준다. 바하마·나이지리아의 지갑 활성률은 기대치에 미달했고, 나이지리아의 e-Naira 유통량은 출시 3년 차에도 M0의 0.5 %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e-CNY는 2024년 6월 기준 누적 7조 위안(약 9860억 달러) 결제를 기록, 실사용 측면에서 가장 앞섰다. BIS·홍콩 MA가 주도하는 다중 CBDC 플랫폼 ‘mBridge’도 2024년 MVP 단계에 도달해 일일 실시간 교차결제 테스트를 완료,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결과는 “CBDC가 실패했다”는 단순 서사보다는 인프라 성숙도·법규·이용자 경험이 성공 열쇠임을 시사한다.
학계 연구 동향: 분석 방법론과 주요 쟁점
최근 3년간 Scopus 데이터 기준 ‘CBDC’ 키워드 논문은 연평균 38 % 증가했다. 연구 주제는 ① 블록체인·DLT 아키텍처, ② 통계적 수요 분석, ③ 금융안정·통화정책 파급효과, ④ 프라이버시·규제 설계로 확산 중이다.
IMF 가상 핸드북은 도입 후 채택률이 저조할 수 있다는 ‘닭과 달걀’ 문제를 강조하며, 소비자·가맹점 인센티브 설계 모델을 제시했다.IMF BIS Fintech Notes(2025)는 CBDC가 기존 즉시결제(IPS)와 어떻게 상호운용성을 확보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교차국 경로에서 보호할 구체적 표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해관계자별 핵심 과제: 중앙은행·시중은행·소비자·기술업계
중앙은행은 법정통화 지위, 발행 한도, 이자 지급 여부 등 거시 설계를 확정해야 한다. ECB는 보유 상한(최대 3,000 유로)으로 예금 유출 리스크를 제어한다.
시중은행은 지급결제 사업모델 재편이 필수다. FT-OMFIF 설문에서 은행 10 %만 “CBDC가 핵심 과제”라 답했는데, 이는 수익구조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소비자는 프라이버시와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요구한다. 중국 e-CNY는 근거리통신(NFC) 기반 ‘터치 결제’를 지원해 전원·통신망 불안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기업·개발자는 스마트 계약, 프로그래머블 파이낸스 등 확장성 API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2025년 RTGS 시스템과 프로그래머블 결제 기능을 병행 시험해 토큰화 국채 결제를 시연할 계획이다.
전망과 정책 제언: 데이터로 본 향후 5년
단기적으로(2025~2026) 각국은 법제·거버넌스·기술 규격을 구체화하면서 ‘제한적 발행+확대 파일럿’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ECB 의결, 브라질 Drex 전국 확산, 한국 도매-CBDC 결과가 글로벌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중기(2027~2029)에는 mBridge MVP가 상용화돼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경우, 국경 간 도매-CBDC 네트워크가 스위프트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BigTech 결제망과의 경쟁 구도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업계는 △다계층 거버넌스, △API 공개 표준, △사생활 보호 설계, △재정·통화정책 연계 시뮬레이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결론: CBDC는 단순 기술 실험을 넘어 ‘신뢰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 각국이 채택 여부를 넘어서 국민적 공감대와 시장 인센티브를 설계한다면, CBDC는 금융혁신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